법무사님 저희집 화장실 환풍기가 고장나고 타일이 깨졌는데 임대인이 '환풍기는 돈 얼마 들지도 않는 것이니 임차인이 수리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타일이 깨져서 아랫집으로 누수의 염려가 있는데 '너희가 살면서 깬 거 아니냐'며 수리해 줄 수 없다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대차 목적물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누가 수리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문제는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는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임대차 계약에 있어 임대인이 부담하는 수선의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상세하게 해설하고자 한다.
1. 민법 제623조 : 임대인의 의무, 그 의미와 핵심 내용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임대인이 계약 체결 시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계약이 존속하는 기간 동안 임차인이 해당 부동산을 본래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를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주거 또는 영업 등의 목적으로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수리를 해야 한다.
다만, 민법 제623조는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다. 이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합의하여 특약으로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를 조정하거나 임차인에게 그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수선의무에 관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명확한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거래 관행상 대부분 중개업자의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합의 외에 별도로 합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단지 구두로 약속을 받는 경우도 많아 분쟁시 증명하는데 애를 먹게 된다.
2. 수선의무 발생의 기준 : 소규모 수선과 대규모 수선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임대차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임차인의 사용·수익에 지장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발생한다. 모든 하자에 대해 임대인이 수리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며, 대법원은 하자의 정도를 기준으로 수선의무의 범위를 판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자는 소규모 수선과 대규모 수선으로 나눌 수 있다.
소규모 수선은 임차인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사소한 하자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형광등 교체, 변기 레버 수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소규모 수선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며, 특약으로 임차인이 부담하도록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대규모 수선은 임대차 목적물의 주요 구조나 설비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하자를 의미합니다. 보일러 고장 , 배관 파열 , 건물의 벽에 생긴 균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하자를 수리하지 않고서는 임차인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될 때,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인정된다.
3. 판례에서 밝힌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
대법원 판례는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며,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하고 수익을 얻는 데 필요한 정도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몇 가지 주요 판례를 통해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대법원 2011다107405 판결은 그 기준과 관련하여 "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발생시키는 사용·수익의 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목적물의 종류 및 용도, 파손 또는 장해의 규모와 부위, 이로 인하여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그 수선이 용이한지 여부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 임대차계약 당시 목적물의 상태와 차임의 액수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하였다.
판례들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하자 사례를 통해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환풍기: 일반적으로 환풍기는 건물의 기본적인 설비로 간주된다. 따라서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 없이 환풍기가 고장난 경우에는 임대인이 수리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순히 환풍기 필터를 청소하거나 교체하는 등의 소모품 교환은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
- 전등: 형광등과 같은 전구는 통상적인 소모품으로 여겨져 교체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등 자체의 고장이나 건물 내부 배선 문제로 인해 전등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수리해야 할 것이다.
- 수도꼭지: 수도꼭지 자체의 노후나 파손으로 인해 교체가 필요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수리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도꼭지의 고무 패킹 교체와 같이 간단한 수리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겨울철 동파로 인해 수도꼭지가 파손된 경우, 임차인이 동파 방지를 위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임대인이 수리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4. 수선의무 면제 특약, 어디까지 유효할까?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과 임차인은 특약으로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면제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약이 모든 경우에 유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수선의무 면제 특약의 효력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94다34708 판결에서는 "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 할 것이고,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고 판시하여 특약으로 임차인에게 수선의무를 전가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5.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임차인의 권리
만약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다음과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차임 감액 청구 : 임대차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사용·수익에 지장이 있는 경우, 그 지장의 정도에 따라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627조 ①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없이 멸실 기타 사유로 인하여 사용, 수익할 수 없는 때에는 임차인은 그 부분의 비율에 의한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 임대차 계약 해지청구: (민법 제627 ②전항의 경우에 그 잔존부분으로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임대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하자 수선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야 한다.
- 손해배상 청구: 임대인의 수선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리 지연으로 인해 영업 손실이 발생하거나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6. 임대차 계약 작성 시 수선의무 관련 유의사항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수선의무와 관련된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 두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계약서 작성 시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다.
- 수선 범위 명시: 소규모 수선과 대규모 수선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예시하여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전등 교체, 수도꼭지 고무 패킹 교체 등 통상적인 소모품 교환은 임차인이 부담하고, 보일러, 배관, 건물 주요 구조부의 수리는 임대인이 부담한다"와 같이 명시할 수 있다.
- 하자 발생 시 통지 의무: 하자 발생 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어떠한 방법과 절차로 통지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 보증금 공제 조항: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로 인해 하자가 발생한 경우, 보증금에서 수리 비용을 공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둔다.
- 입주 시 점검 및 기록: 계약 체결 전 또는 입주 시 임대차 목적물의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향후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임대인과 동행하여 함께 목록을 작성하거나 최소한 중개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대리권을 수여 받으면 더 좋지만) 동행하여 위 목록을 작성하고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 특약의 구체성: 수선의무 면제 특약을 설정할 경우에는 면제되는 수선의 범위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표)임대인과 임차인의 수선 책임 구분 (특약이 없는 경우 참조용)
보일러 고장 | 임대인 | 난방 및 온수 공급에 필수적인 설비 |
배관 파열 | 임대인 | 건물의 주요 설비 |
벽 균열 | 임대인 | 건물의 안전 및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하자 |
환풍기 고장 (본체) | 임대인 | 건물의 기본 설비 |
전등 교체 (소모품) | 임차인 | 통상적인 소모품 교환 |
전등 배선 문제 | 임대인 | 건물 전기 설비 관련 문제 |
수도꼭지 교체 (노후/파손) | 임대인 | 건물 급수 설비 관련 문제 |
수도꼭지 고무 패킹 교체 | 임차인 | 간단한 소모품 교환 |
창문 파손 (노후) | 임대인 | 건물의 기본 구성 요소 |
창문 파손 (임차인 과실) | 임차인 | 임차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파손 |
도배/장판 (노후) | 임대인 | 주거 환경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부분 |
도배/장판 (임차인 과실) | 임차인 | 임차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파손 |
변기 막힘 (일반적인 사용) | 임차인 |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막힘 (심각한 구조적 문제 제외) |
변기 파손 (노후) | 임대인 | 건물의 기본 설비 |
변기 파손 (임차인 과실) | 임차인 | 임차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파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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