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을 해제, 취소하고 싶을 때 (민법과 방문판매법을 중심으로)

 

<오늘의 의뢰 :  충동적으로 한 부동산 분양계약, 해제할 수 있을까?>

홍투자씨는 부동산 카페를 들락이며 늘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어느날 카페에 올라온 투자광고를 클릭하고 마침 근무하던 지역 인근에 새로 분양하는 생활형 오피스텔에 관심이 생겨서 방문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점심 시간에 분양홍보 업체의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퇴근을 하는 길에 들러서 브리핑을 받고, 계약금 2천만원
(원래 계약금은 분양가 5억의 10%인 5천이지만 팀장이 설득하길  오늘까지 2천만원만 먼저 걸면 좋은 층수와 호수를 빼준다고 하였단다.)을 계좌이체하고, 깨알같은 글씨로 써있는 약관이 기재된 계약서에 서명만 잔뜩하고 별다른 설명은 듣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날 출근 후 곰곰히 부동산 카페를 살펴보니 해당 오피스텔 페이지는 무단광고를 이유로 카페글 삭제가 되었고, 덜컥 계약한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되기도 하였다. 

홍투자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법무사인 나에게 이 계약을 해제하고 싶다며 방법이 없는지 문의를 해왔다.

 

부동산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여러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법상 해약금에 의한 해제 규정에 따라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해야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방문판매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계약금을 돌려받으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 글에서는 민법상 계약해제와 방문판매법상 청약철회의 차이점, 방문판매법의 적용 요건, 관련 판례, 그리고 방문판매법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의 대안에 대해 살펴보겠다.

1. 민법상 계약해제와 매매계약의 계약금 포기

1) 계약금의 법적 성격

보통 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합의로 성립되며, 계약의 구속력은 민사의 대원칙인 자기구속의 원칙에 따라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다만, 계약의 상대방이 계약의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 채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을 때에 그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민법은 계약의 해제권을 인정한다. 약정해제와 법정해제가 그 내용이며, 이는 별도의 글로 다루기로 한다.

다만, 매매계약에 있어서 계약의 불이행과 상관없이 계약금을 교부한 계약의 경우 별도의 해제권을 인정하는데 이를 해약금에 의한 해제라고 한다.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르면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따라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되며, 계약상 하자가 없더라도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3) 계약금 계약의 성립 요건

계약금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금 전액이 지급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7다73611 판결에 따르면,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하거나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계약금 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 2014다231378 판결은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판시했다.

4) 이행 착수 이전일 것

민법 제565조에 따른 계약해제는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가능하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중도금(또는 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 지급 전까지를 이행 착수 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5) 사안의 경우 홍투자씨가 민법상 해제를 할 수 있는가?

결론먼저 말하면 가능하다. 다만, 계약금의 일부인 2천만원이 아니라 전부에 해당하는 5천만원을 분양업체에 지급하고 해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홍투자씨에게 바람직한 결론은 아니다. 단지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5천만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은 투자로 얻을 수익이 마이너스 5천 이상일 경우가 아니라면 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계약금의 일부가 아니라 가계약으로 보게 된다면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음에 유의. 이와 관련하여는 새로운 글을 통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https://jurist72.tistory.com/entry/%EA%B0%80%EA%B3%84%EC%95%BD%EA%B3%BC-%ED%95%B4%EC%95%BD%EA%B8%88%EC%9D%98-%EA%B4%80%EA%B3%84-1-2021%EB%8B%A4242598%ED%8C%90%EB%A1%80

 

가계약과 해약금의 관계 1. (2021다242598판례)

대법원 2021. 9. 15. 선고 2021다242598 판결 요약1. 사건 개요가. 피고는 울산 중구 C 소재 D 아파트 E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자로, 공인중개사 F를 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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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약과 해약금의 관계2 (논문요약)

아래 글은 대구가톨릭 대학교의 이성진 교수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분들은가계약(假契約)에 관한 고찰 - 가계약의 개념과 가계약금의 법적 성질 및 유사한 개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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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문판매법의 개요와 청약철회권

1) 방문판매법의 목적과 적용 범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은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계속거래 및 사업권유거래 등에 의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정한 거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방문판매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방문판매'란 "재화 또는 용역의 판매를 업으로 하는 자가 방문을 하는 방법으로 그의 영업소, 대리점, 그 밖에 총리령으로 정하는 영업 장소 외의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권유하여 계약의 청약을 받거나 계약을 체결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2) 청약철회권의 내용

방문판매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의 방법으로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기간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 계약서에 청약철회 등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청약철회를 할 수 있음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4일

3) 청약철회의 효과

방문판매법 제9조 제2항에 따르면, 방문판매자 등은 재화 등을 반환받은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재화 등의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 만약 환급을 지연할 경우, 지연기간에 따라 연 15%의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4) 부동산 분양계약에 대한 방문판매법 적용 요건

(1) 소비자 요건

 
방문판매법은 '소비자'가 소비생활을 위해 재화 등을 구매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방문판매법 제2조 제12호에 따르면, 소비자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재화등을 소비생활을 위하여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자"를 말한다.
부동산 분양계약의 경우, 직접 거주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법원은 전매 차익이나 임대수익을 얻기 위한 경우에는 소비자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2)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 해당 여부

부동산 분양계약이 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 과정이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해야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포함한다
 

# 길거리 호객행위를 통해 모델하우스로 유인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
#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분양계약 체결을 권유한 경우
# 인터넷 광고를 보고 전화한 소비자에게 분양을 권유한 경우

3. 방문판매법 적용 관련 판례 분석

1) 방문판매법 적용이 인정된 사례

<길거리 호객행위 후 오피스텔 분양계약 사례>
소비자가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통해 모델하우스로 유인되어 오피스텔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례에서, 법원은 이를 방문판매법상 방문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는 계약 체결 후 계약 해지를 원했으나 업체가 거절했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와 법원은 모두 방문판매법 적용을 인정하여 계약금 반환을 명령했다.
 
<전화권유판매를 통한 오피스텔 분양계약 사례>
부동산매매 사업자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수신인에게 분양계약 체결을 권유하고, 지하철에서 만나 분양홍보관을 방문하게 한 후 계약을 체결한 사례에서, 법원은 이를 방문판매법상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는 계약금 1억여 원을 지급한 후 계약 해지를 원했고, 법원은 방문판매법 적용을 인정하여 계약금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령했다.

2) 방문판매법 적용이 부정된 사례

<상행위 목적의 구매>
방문판매법 제3조 제1호에 따르면, 사업자가 상행위를 목적으로 재화 등을 구매하는 거래에는 방문판매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공장 용도에 해당하는 지식산업센터나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한 사업자 지위에서 구매한 경우에는 방문판매법 적용을 부정했다.
 
<다른 법률에 따른 계약서 발급 의무가 있는 거래>
방문판매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다른 법률에서 다른 방법에 따른 계약서 발급 의무 규정이 있는 거래에는 방문판매법 제7조(계약서 발급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분양계약의 근거 법률에 따라 방문판매법상 철회권 행사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4. 방문판매법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의 대안

1) 민법상 계약 취소 사유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민법 제110조)
분양업체가 허위 광고나 기망행위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한 경우,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금을 포함한 모든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다.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민법 제109조)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나, 법원은 전매 목적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고 보아 계약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2) 약관규제법에 따른 무효 주장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같은 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해당 약관 조항은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3) 설계변경 등에 따른 분양계약 해제

분양업체가 설계를 변경하거나 약속한 시설을 제공하지 않는 등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민법 제544조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4)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분양계약 취소

분양업체가 중요한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를 이유로 계약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특히 생활숙박시설 등의 용도제한이나 전매제한과 같은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면 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5. 결론

부동산 분양계약을 해제하고자 할 때, 방문판매법의 적용 여부에 따라 계약금 반환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방문판매법이 적용되면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또는 청약철회권을 알게 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으며 계약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방문판매법 적용을 위해서는 소비자 요건과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 해당 여부를 충족해야 한다. 투자 목적이나 사업 목적의 구매는 방문판매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방문판매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민법상 사기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약관규제법에 따른 무효 주장, 설계변경이나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 해제 또는 취소 등 다양한 법적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부동산 분양계약 해제를 원한다면, 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적용 가능한 법적 근거를 찾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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